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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뱃속에 진미를 품은 청어과메기

와이투케이 2009. 2. 14. 13:39

 알과 이리를 맛보지 않고서 청어과메기를 논하지 말라

 

 

 

■ 전설이 된 청어과메기를 찾아서

 

‘제주에 가서 다금바리 맛보고 오지 않은 사람 없다. 하지만 진짜 다금바리 맛보고 오는 사람도 없다.’ 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제주산 다금바리는 물량에 한계가 있어 동남아에서 수입된 놈이거나, 다금바리류 물고기를 속여팔기 때문이리라. 과메기도 다금바리와 다르지 않다. 한번쯤 맛보지 않은 사람 없을 정도로 지난 몇 년 새에 널리 대중화 되었다. 하지만 진품 과메기를 맛본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전국구가 된 구룡포의 명물은 아쉽게도 진품과메기가 아니다. 사라진 청어를 꽁치가 대신한 것뿐이다. 청어가 잡히지 않고 있는 사실을 <조선일보> 과메기 기사에서는 인간이 배신한 게 아니고 바다가 배신했다고 적고 있다. 파란 지붕아래 계시는 누군가처럼 <조선일보>도 만만찮은 남 탓하기 신공을 보여준 셈이다. 난 청어가 사라진 건 바다의 배신 때문은 아니다. 난 이렇게 말하련다.

바다는 배신하지 않았다. 인간의 탐욕이 바다를 배신했다. 고로 바다의 변화는 무죄다.

 

과메기라는 명칭은 청어에 국한되어야 한다. 따라서 꽁치로 만든 건 과메기가 아니다. 정확하게는 꽁치과메기이다. 하지만 가짜가 진짜노릇을 하는 세상이다 보니, 꽁치과메기는 과메기라 불리우고 진짜 과메기는 청어과메기라 불러야 되는 세상이다. 이는 제주산 다금바리를 동남아산 다금바리가 대체하고 있는 것과 같고, 당면순대가 진짜 순대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란 말이렸다.

진품 청어과메기를 맛보기는커녕 구경조차 못한 이가 대부분인 세상. 어쩌면 진짜냐 가짜냐 구분 짓는 건 부질없는 짓 같기도 하다. 꽁치과메기라도 맛나게 먹으면 그만이기도 하고. 하지만 올해 들어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어의 귀환. 몇 년 전까지 소량으로 잡히던 청어 어획량이 대폭 늘어났다. 이에 청어과메기도 부활했다. 술자리정도에서나 간간히 회자되던 청어과메기는 이제 더 이상 전설의 먹을거리가 아니게 되었다.

 

진원지는 경북의 작은 포구마을 창포리. 어느 어촌이나 다를 바 없는 창포리가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건 청어과메기 때문이다. 6~7년전부터 몇 가구가 청어과메기를 만들어 이웃 친지들과 나눠먹기 시작한 게 그 시초이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올해 절정을 이뤘다.

 

맛객은 작년에 벌써 청어과메기가 소량 생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북 강구항으로 떠났었다. 아직 동이 트긴 이른 시각. 강구항의 숙소를 나서 차로 5분여 거리인 구 계항에 도착했다. 창포리 마을 주민들이 이곳의 청어를 과메기로 만들기 때문이다. 마침 출항했던 어선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부들은 곧장 그물을 내렸지만 기대와 달리 청어는 보이지 않았다. 가자미류나 아귀 사이에서 간간히 한두 마리씩 눈에 띌 뿐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청어조업도 끝물이라는 대답이다. 그렇다고 절정기에도 풍어라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 호들갑스레 떠들던 청어 어획량도 실상은 과대포장 된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물에 잔뜩 걸려있는 청어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 그물에 걸린 청어한마리
 

 

■ 경북의 작은 포구마을에서 전설을 만나다

 

날이 밝자 창포리를 찾아 나섰다. 강구에서 차로 30여분을 달리고 나자 해풍에 숙성되어가는 과메기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차에서 내렸다.

 

 

 

마침 과메기손질에 여념이 없는 아주머니(강선자.66) 한 분을 만났다. 청어과메기가 난다는 소문 듣고 찾아왔다고 하자, 시식용 과메기부터 맛보라고 한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청어과메기구나. 음식 앞에서 이처럼 설렌 건 드문 경우이다.

 

 


청어과메기는 벌써 때깔부터 달랐다. 진붉은 색상의 아름다움이란. 맛을 봤다. 꽁치와는 차원이 달랐다. 식감, 맛, 풍미 모두 다 꽁치과메기를 압도했다. 비린내는 숙성의 시간을 통해 자취를 감췄고, 느끼한 기름은 담백함과 고소함 속으로 스며들었다. 오징어처럼 그냥 씹어 먹어도 훌륭한 음식이었다. 굳이 미역이나 배추에 고추 마늘을 곁들여 먹을 하등의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많고 많은 생선 중에 청어를 숙성시켜 먹을 생각을 다 했을까. 그 순간 난 우리 선조의 혜안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선자아주머니가 일러 준대로 하인동(69)씨를 찾아갔다. 과메기나 오징어를 팔고 있는 업소의 작은 방에서는 할머니 한분이 과메기 엮느라 분주한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과메기를 일상의 음식으로 즐겨먹었다는 하인동씨. 그 맛을 잊지 못해 청어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꽁치가 대세인 요즘, 청어과메기를 맛보며 자란 이는 꽁치과메기에서는 결코 채워지지 않은 갈증 같은 게 있다. 늘 그리운 고향처럼 늘 그리운 맛일 수밖에 없는 게다.

 

 

 

해안가에서는 청어과메기가 한창 숙성되어가고 있었다. 대부분 배진과메기였지만 통마리도 몇 두름 보였다. 과메기중의 과메기 청어 통마리는 과연 어떤 맛일까.

 


■ 뱃속의 진미 청란과 이리

 

 

△ 청어과메기 좀 먹어봤다는 사람들이 탐하는 뱃속의 진미 이리가 자리잡고 있다. 내장은 다 어디로 갔을까?

 

 

현재 가장 대중적인 과메기는 꽁치로 만든 배진과메기이다. 그 다음으로 꽁치 통마리가 있고, 청어 배진과메기는 최근 들어 소량 시판되고 있다. 극 소량만 시판되고 있는 청어 통마리(엮걸이)는 운이 좋아야 맛볼 수 있다.

 

4~5일 반건조상태에서 시판되는 꽁치과메기에 비해 청어 통마리는 한달여 이상 숙성시킨다. 인간의 정성과 자연의 도움 없이는 탄생되지 않는 게 청어 통마리이다. 내장의 기름이 육질에 스며든 청어 통마리는 극상의 과메기라고나 할까.

 

일반적으로 청어는 꽁치보다 지방이 많은 생선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마리의 경우는 다르다. 그 많은 지방이 어디로 갔는지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꽁치가 비계라면 청어는 고기라고나 할까. 따라서 느끼하지도 않는 게 청어과메기이다. 비린내 또한 전무하다시피 하다.

 

 

 

청어 통마리에서 최고의 진미는 알과 이리(정소)이다. 그 맛을 본이는 평생 그리워하는 맛일 테고 맛보지 못한 이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암놈의 배에서 나온 알의 맛이란... 알 본연의 맛에 숙성으로 감칠맛까지 더해졌다. 숫놈에게서 나온 이리는 또 어떻고.

 

 

 

수분은 빠지고 액만 남은 이리의 맛이란... 버터에 비할까. 치즈에 비할까. 농후하다 못해 진득하기까지 한 맛이란. 허나, 쉬운 맛은 아니다. 살짝 암모니아내가 풍겨지기 때문이다. 그 단계를 뛰어넘고 나면 아무나 경험하지 못한 금단의 맛과 만나게 된다. 

 

 

 

△ 청어과메기

 

 

 

 

출처 : 맛있는 인생
글쓴이 : 맛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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