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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도대체 언제 붕괴할까?

와이투케이 2021. 5. 2. 09:37

중국은 도대체 언제 붕괴할까?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2001년 중국 붕괴를 예언한 고든 창의 책 /사진=아마존

 

 

30년 넘게 양치기 소년처럼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고 있지만, 계속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중국 붕괴론'이다.

공산당 일당 독재, 빈부격차 확대, 관료들의 부패 등 외부,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볼 때 중국이 붕괴해야 할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2011년 상하이에 있을 때 잘 알던 인권 변호사를 포함한 중국 변호사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다들 개발독재시대를 거치고 민주화에 성공한 우리나라 현대사를 잘 알고 있었고 중국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지 궁금해했다.

 

그때 소득이 증가할수록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될 것이며 이들의 민주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결국 중국도 한국과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필자가 틀렸다. 그리고 필자는 더이상 중국 붕괴론을 믿지 않는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 자본주의 국가?

 

우리는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생각한다. 하지만 '불평등 연구의 석학' 브랑코 밀라노비치 교수는 저서 '홀로 선 자본주의'에서 중국을 자본주의 국가로 규정했다.

 

밀라노비치 교수에 따르면, 한 사회가 자본주의 체제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생산의 대부분은 개인 소유의 생산 수단을 이용해 수행돼야 한다.

△둘째, 대부분의 노동자는 임금 노동자여야 하다.

△마지막으로 생산 및 가격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은 분권형 방식이어야 한다, 즉 기업의 생산 및 가격 결정을 강요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우선 지난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중국 제조업 매출액 통계를 살펴보면, 국유기업의 매출액 비중은 27.5%를 기록했다. 민영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1978년 개혁·개방이전에는 약 80%의 도시 노동자가 국영기업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약 16%에 불과하다. 또한 개혁·개방초기에는 국가가 농산물의 93%, 공산품의 100% 가격을 정했지만, 지금은 대다수 상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된다. 자본주의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다.

 

중국은 자본주의 체제지만 미국·유럽이나 한국과 같은 형태의 미국식 자유 자본주의는 아니다. 중국의 체제는 민주적이지 않고 권력 분립을 채택하지 않았으며 법치주의 또한 결여되어 있다.

밀라노비치 교수는 정치와 경제분야에서 국가의 권력이 큰 중국식 자본주의를 '국가 자본주의'로 정의했다. 국가 자본주의의 매력은 국민에게 약속한 높은 성장률이며, 자유 자본주의의 장점은 민주주의와 법치가 지닌 가치다.

 

시진핑의 반부패, 부패를 없애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국가 자본주의의 특징은 효율적 관료주의, 법치주의의 부재, 국가의 자율성이다. 중국의 예가 딱 들어맞는다.

우선 효율적인 관료주의의 최대 임무는 높은 경제 성장률 달성이다. 경제 성장은 국가 통치의 합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속력 있는 법치가 없기 때문에 관료 체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테크노크라시(기술관료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구성원을 선택할 때 철저히 능력과 성과 위주로 뽑는다.

 

마지막으로 국익을 키우고 필요시 민간 부문을 통제하기 위해서 법적 제약으로부터 독립이 가능한 자율성이 필요하다. 국가 자본주의 국가도 법이 있다. 그런데 법을 선택적·임의적으로 행사한다.

 

중국 부호들이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윈의 경우처럼 정부 눈 밖에 나면 기업(앤트그룹) 상장이 중지되고 거대한 과징금을 맞는(알리바바 반독점법 위반 약 3조원) 등 직간접적인 제재가 쏟아진다. 반면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처럼 눈 밖에 나는 일을 하지 않으면 훨씬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부패다. 법치주의의 부재와 국가의 자율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부패 발생은 필연적이다.

일반 국민은 생활수준이 개선되고 견딜 만한 정도의 행정이 제공되며 확연한 불평등이 없는 한 발언권의 부재, 즉 일당독재를 용인할 수 있다. 지금 대다수 중국인이 민주화를 요구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부패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이런 사회적 합의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특히 부패가 극심해지면 경제 성장도 불가능해진다.

 

2013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벌인 부패와의 전쟁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쉽다. 시진핑의 반부패는 제도적으로 부패를 근절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부패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관료들의 재량권을 없애야 하는데, 그건 국가 자본주의의 특성상 불가능하다.

 

대신 시진핑의 반부패는 자택에 3톤이 넘는 현금뭉치를 쌓아두는 등 터무니 없는 부패 행위를 막고, 부패를 저지르는 데 드는 비용을 높여서 사회의 부패를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줄이는 게 목적이었다. 시진핑의 반부패 정책은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를 안정화시켰다.

집 안 곳곳에 쌓아둔 현금다발/사진=중국 인터넷

중국은 결국 실패할 것인가?

 

중국이 민주화되지 않는 한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의 중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예측은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서구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계속되는 중국의 경제적 성공은 이 논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달러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979년 1783억 달러(약 200조원)에서 2020년 14조7000억 달러(약 1경6464조원)로 41년 동안 82.5배 커졌다. 연 평균성장률은 11.4%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GDP는 2조6273억 달러(약 2943조원)에서 20조9300억 달러(약 2경3442조원)로 8배 성장했다. 연 평균성장률은 5.2%다.

 

미국의 성장률도 높은 편이지만, 중국의 성장률은 정말 놀라운 정도다. 1979년 미국 경제 규모의 7%에도 못 미치던 중국은 2020년 미국의 70% 규모로 성장했으며 2028년에는 미국을 앞지를 전망이다.

 

중국은 진작 붕괴했어야 하는데 왜 계속 성장하는 것일까. 중국 경제규모가 미국을 앞선다고 해서 전체 국력이 미국을 초월하는 건 아니지만, 2028년에 정말 중국이 미국을 초월할까?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창의성과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포용적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이 민주화하지 않는 한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밀라노비치 교수는 중국과 베트남이 포용적 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눈부신 경제성장을 달성했다며 "궁극적으로 중국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이런 이론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비판한다.

 

중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이해도 우리와 다르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2011년 어느 날 친한 중국 동기가 삼권분립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상당히 온화하고 아는 것도 많은 동기였기에 꽤 의외라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입법·사법·행정 3권을 장악한 중국 공산당이 많은 중국인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음을 나타낸다.

 

국가 자본주의의 생존력은 정치를 경제로부터 분리시키는 능력과 비교적 부패하지 않은 중앙집권화된 '중추'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앞으로도 중국은 부패가 심해질 때마다 주기적으로 강력한 사정정책을 실행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적잖은 외부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붕괴하기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0년간 그랬듯이 말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