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문화재로는 최장기간 동안 체계적 수리를 진행했다. 이제 석조문화재 수리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
20일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 가설구조물에 가려져 있긴 했으나 1999년 해체수리가 결정되고 20년 간의 보수 작업을 마친 석탑(국보 11호)이 언론에 공개됐다. 작업 과정과 석탑의 현황을 설명한 국립문화재연구소 배병선 실장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2004년 12월 16일, 같은 곳에서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이 미륵사지의 또 다른 석탑을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20세기 한국 문화재 복원 최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최고 권력자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졸속으로 복원됐다.”
미륵사에는 부처를 모신 금당 앞에 중앙 목탑과 동·서 석탑이 있었는데 20년간 보수작업을 한 것은 서탑이고,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동탑이다. 동탑은 1990년대 초반 고증 불가 등을 이유로 전문가들이 난색을 보였으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복원이 결정됐다. “폭파시켜 버리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다”는 혹평까지 받은 동탑은 복원 이후 20년 넘게 미륵사지를 지키고 있으나 그것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단일문화재로는 가장 오래 보수, 진정성·안정성 확보에 만전”♣
미륵사지 석탑은 동아시아 최대 규모이며, 건립 연대(639년)가 밝혀진 것 가장 오래된 것이다. 목탑의 형식을 취한 석탑이라는 …특징도 가져 가치가 막대하다. 1998년 안전성 조사가 시작됐고, 이듬해 해체 수리를 결정했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붕괴 방지를 위해 덧씌운 콘크리트가 노후화됐고, 구조적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본격적인 해체는 2001년 10월에 시작됐다.
보수 작업을 진행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미륵사지 석탑을 ‘선도적 사례’라 말하는 건 ‘진정성’과 ‘과학적 연구를 통한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논란과 일부 여론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형태 확인이 가능한 ‘6층 일부 복원’을 관철시키고, 기존 부재의 재활용률을 높였다는 점은 진정성 확보의 근거다.
동탑이 최악이라는 비판을 받는 건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원형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신부재, 현대 기술을 마구잡이로 사용해 단기간에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동탑의 복원은 노태우정권에서 결정했다. 호남을 위한 선심성 행정의 산물, 정치적 복원이라는 비난에다 문화재계의 반대까지 제기됐지만 1992년 9층으로 미륵사지에 자리를 잡았다. 원형이 남아 있는 서탑을 참고한 것이기는 했지만 동·서탑이 같은 형태였는지조차 알 수 없어 복원된 동탑은 엄격히 말해 ‘상상의 산물’이다. 한 문화재계 인사는 “‘복원’이란 말을 쓸 수조차 없는 사례”라며 “탑의 구조에 대한 연구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졌다. 해체 조사 결과로 밝혀진 서탑의 구조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폭파시켜버리고 싶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동탑의 존재를 없는 것으로 되돌리는 게 맞는 걸까. 전문가들은 서탑과 공존해야 할 동탑의 모습이 어색한 것은 분명하지만 문화재 보수·복원 정책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현용 연구사는 “복원 당시의 사회적, 기술적 여건이 반영된 것으로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눈에 차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20년 넘는 시간이 동탑에 반영된 데다 과거의 사례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 후대에 주어야 할 메시지가 무엇인지 등을 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임석규 실장도 “동탑 역시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다. 잘못된 복원 사례 역시 후세에 교훈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다 적극적인 평가도 있다.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 이병호 관장은 “동탑이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미륵사와 백제의 역사를 상상하게 되는 부분이 분명 있다”며 “시간이 더 흘러 동탑에도 세월의 흔적이 분명해지면 나름의 역사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세계일보 에서 모셔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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