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고서 38년간 사랑으로 제지 기른 참 스승...부군과 행복한 노후 설계
명예퇴직후 악기연주 독서지도 수필가 등 바쁜 일상...음악회 개최가 목표
“마흔 살에 개인 음악회를 여는 것이 꿈이었죠. 사는 것이 바빠 이루지 못했으니 여든 살에 하려고 합니다. 저의 여든 음악회에 초대할게요.”
퇴직 후 아름다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정영주 씨(67)의 목표는 여든 살에 개인 음악회를 여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했던 피아노는 뗄 수 없는 단짝이다. 여기에 색소폰, 기타, 크로마하프, 장구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음악인이다.
이리여고 동문들과 함께하는 ‘지초합창단’ 단장을 맡아 이끌 정도로 음악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다.
재능기부 봉사도 수년째 하고 있다. 복지시설 등을 찾아 아름다운 선율로 희망을 전한다. 최근 코로나19로 봉사활동을 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는 수필과 시를 쓰는 문학인이기도 하다. 중앙대 재학시절 시문학회를 통해 등단했다. 글을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한다. 중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독서지도를 하기도 한다.
또 익산 재능시낭송회 초대 회장을 맡아 시 보급을 위해 찾아가는 시낭송회를 열기도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증명하듯 그의 도전과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그의 열정은 교사일 때도 뜨거웠다.
익산고에서 38년 9개월 간 가정 과목을 가르치며 아이들과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
“교직은 나의 천직”이라 말하는 그는 해마다 3월이면 전교생의 이름과 얼굴 외우기에 몰두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길에서 제자를 마주치면 이름을 알 정도다.
그는 “학창시절에 감사하게도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이리여중 홍봉선 음악선생님, 이리여고 최병선 수학선생님, 김주우 국어 선생님 덕분에 음악과 문학에 눈을 뜰 수 있었다”면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정 과목이지만 음악과 문학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은사님들의 교육방법을 많이 패러디했다. 우리 제자들 기억 속에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6년 전 금마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이유도 제자 사랑이 한몫했다. 제자들에게 모교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선생님이 한 명쯤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가 정년을 몇 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 가족 때문이다.
원광정보예술고에서 40년 간 물리 과목을 가르친 부군 양형근 씨(69)의 정년퇴직에 맞춰 함께 교편을 놓게 된 것. 긴 시간 교육에 헌신한 공로로 훈장을 받은 ‘훈장 부부’이기도 하다.
그는 “언제나 나의 1순위는 가족이다. 평생 열심히 일한 남편을 퇴직 후 혼자 지내게 할 순 없었다”며 “그렇게 우린 연타남(연금 타는 남자), 연타녀(연금 타는 여자)가 됐다”고 활짝 웃었다.
일하면서도 항상 가족의 건강한 먹거리를 강조한 그는 엄마이자 교사, 집 밥의 대가다.
그의 부부 금실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며 ‘소꿉동무’처럼 인생 2막을 함께하고 있다.
취미도 공유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의 영향을 받아 부군도 색소폰을 배웠다.
바르게 잘 자라 가정을 이룬 두 딸 소라(39)‧소현 씨(37)도 그의 열정을 빼닮았다.
그는 앞으로 ‘양심적인 사회참여’로 아름다운 노후를 보내고자 한다.
그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사회적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작은 것이나마 나누고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며 “삶은 격을 쌓아서 품위 있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금마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기타와 글쓰기도 알려주고 싶다. 인생의 여행길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좋아하는 음악, 문학 그리고 지인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꿈과 희망을 안고 모든 것에 열심인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출처:익산 열린신문 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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