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익산 속으로 힐링과 치유는 자연에서
서동공원에서-용화산-가람 문학관 & 생가
겨울을 이긴 앙상한 가지에도 연초록 잎사귀가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는 요즘인데요. 봄 한가운데 서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따스한 봄날입니다. 나도 걷기 열풍, 너도 걷기 열풍, 건강과 힐링을 위한 자연 속에서 걷기 열풍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습니다.
어느 도시든 걷기를 위한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있듯 전북 익산에도 백제의 숨결, 서동 선화의 사랑 이야기가 숨어있는 미륵산 둘레길을 포함하여 함라산과 웅포 둘레길, 용화산 둘레길 등이 잘 조성되어있습니다.
용화산 둘레길은 용화 세상 여는 길과 소세양 신도비 길, 장 보러 가는 길, 그리고 용화산 길 등 코스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어디 어느 곳의 자연을 걸으며 힐링을 할까? 그간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용화산 길을 걷기 위해 친구와 함께 서동공원을 출발하여 봄나들이 겸 산 넘어 문학 여행길을 떠나봅니다. 용화산 길은 서동공원 마한박물관 옆길을 따라 용화산 정상을 넘어 이병기 생가까지 이어지는 둘레길입니다.
□서동 축제가 열리는 익산 대표공원 서동공원
둘레길에 들어서기 전에 몸도 풀 겸 서동공원 한 바퀴 가볍게 돌아보았습니다. 서동공원은 익산 도심을 벗어나 대한민국 지도와 똑같은 모양을 한 금마저수지를 품고 있는 익산 대표공원인데요. 매년 가을이면 서동과 선화의 사랑 이야기 주제로 익산 대표축제인 서동 축제가 열리는 공원이기도 합니다.
서동공원은 서동과 선화 사랑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는 공원으로 서동과 선화가 애처롭게 서로 바라보는 있는 서동 선화 조각상이 있고요. 무왕의 동상은 물론이고 12 지간 상 등 100여 점의 돌 조각작품들이 무왕루를 중심으로 공원 여기저기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공원입니다.
전시되어있는 모든 작품은 대한민국 환경 조각 대전에 출품된 작품들이어서 그 의미가 크고 의미가 깊은 공원입니다. 작품들을 따라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있어 산책하며 예술작품도 관람할 수 있는 야외 미술관입니다.
공원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유아 숲도 조성돼 있고요. 여기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전동차와 2인용 3인용 등 자전거도 준비되어있어 가족과 함께 소풍 가기 좋은 공원으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입니다.
서동정과 선화정을 잇는 산책로가 금마저수지를 가로지르고 있어 호수 바람맞으며 걷고 싶은 산책로인데요. 이 산책로를 걷고 있노라면 서동과 선화를 만날 것만 같은 사랑의 산책로입니다. 공원 주변에 서동 농촌 테마공원과 각종 동물체험을 할 수 있는 작은 동물원 액션 하우스가 서동공원과 함께 있어 어린이들이 제일 선호하는 공원입니다.
□가람 이병기 문학관 & 생가까지 용화산 둘레길
용화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미륵사지와 미륵사지 석탑을 품고 있는 익산의 진산 미륵산과는 형제 같은 산으로 원래는 이 두산을 합쳐 용화산이라고 불리었는데요. 지금은 미륵사지 뒷산을 미륵산이라고 하고, 미륵산 동쪽에 길게 뻗어있는 산을 용화산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익산 금마면과 왕궁면 여산면까지 걸쳐있는 용화산(342m)은 미륵산(431m)보다 조금 낮은 산입니다. 익산의 대표공원인 서동공원을 품고 있어 평소 미륵산 함라산과 함께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이기도 한데요.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기 좋은 등산 코스입니다. 용화산 둘레길의 용화산 길은 서동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합니다.
마한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마한박물관 옆 계단 길을 따라 용화산 길 탐방에 나섭니다. 산문에 들어서자마자 철쭉꽃과 벚꽃들이 만개하여 발걸음을 가볍게 해줍니다.
등산로를 따라서 산책하다 보면 우측으로 미륵산이 손에 잡힐 듯 우뚝 서 있고요.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미륵산을 계속 바라보며 걷는 용화산 길입니다. 둘레길 코스는 가파르지 않고 부드러운 능선길이데요. 남녀노소 누구든지 부담 없이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입니다.
한적한 숲길을 따라 마치 수행자처럼 유유자적 걷고 있노라면 미륵불이 또 다른 세상을 열어줄 것 같은데요. 용화산 능선을 따라 숲길을 끝까지 걸으면 가람 문학관과 이병기 생가가 나오는데요. 이게 바로 유토피아 또는 용화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용화산 길은 편안한 흙길이 대부분인데요. 때로는 가파른 계단 길도 나오고요. 나무뿌리가 가득한 너덜겅 길을 거쳐 조심스레 올라서면 아름드리참나무 군락지가 나오는데요. 참나무는 용화산의 자랑입니다. 여름이면 매미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둘레길입니다.
용화산에도 철쭉꽃이 피고 잎사귀가 삐죽삐죽 나오는 봄이 찾아왔는데요. 연초록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지금 이 시기가 자연이 제일 아름답고 최고로 예쁜 계절입니다. 편백 나무숲에서 잠시 쉬어가는데요. 평일 오전인데도 삼삼오오 또는 홀로 걷는 사람까지 시민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었는데요. 미륵산보다 더 인기 있는 용화산이 된듯합니다.
자연을 벗 삼아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우거진 숲길을 무심코 뚜벅뚜벅 걷다 보면 용화산 아래 확 트인 시원한 헬기장이 나오는데요. 미륵산이 빼꼼히 자기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상을 바로 코앞에 둔 곳이지만 지친 사람은 물론이고 지치지 않은 사람도 잠시 쉬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용화산도 마찬가지이고 어느 산이든 정상은 쉽게 내주질 않는데요. 야호! 정상입니다. 쉬었다 내려가는 시민들의 뒷모습도 볼 수 있고요. 벤치에 앉아 쉬며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도 보입니다. 정상에서 우리도 한참을 쉬어갑니다.
정상을 밟는 사람들의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요? 작은 산이든 큰 산이든 정상 정복의 희열은 똑같습니다. 용화산 정상에서 용화 세상도 생각해보고요. 미륵산도 바라보고 저 멀리 익산의 최고봉 천호산도 바라봅니다.
용화산을 뒤로하고 내려오면 드디어 용화산에서 미륵산 뷰가 제일 아름다운 전망 바위에 도달합니다. 미륵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펼쳐지는 곳인데요. 미륵산 전체를 오롯이 다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고조선 준왕이 쌓았다는 미륵산성은 물론이고 금마저수지와 낭산 석산까지 장애물 없이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뷰 포인트입니다.
이곳에서 미륵산을 보지 않은 사람은 용화산 왔다 갔다고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뷰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용화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곳까지 꼭 왔다 가라고 강추하고 싶은 곳입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서서 미륵산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미륵산 실컷 구경하고 길을 나서면 커다란 돌탑2기가 눈에 확 들어오는데요. 현재 진행형 미완성 돌탑인데요. 누가 이 돌탑을 쌓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먼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이들 돌탑도 마음의 휴식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미륵산까지 연계 산행을 하는 등산인들이 하산하는 사거리 길목입니다. 좌측 미륵산 방향은 아리랑고개로 내려가는 길이고요. 우측은 이정표는 없지만, 삼양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며, 직진은 우리가 내려가는 이병기 생가 & 문학관 방향으로 가는 길입니다.
다시 발길을 앞으로 내딛어보는데요. 용리산 화산 표가 그려있는 이정표 나무판이 나무에 묶어놓았는데요. 가람 문학관까지 가는 사람들은 이곳에서부터는 눈을 크게 뜨고 하산로를 유심히 살펴야 하는데요.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상양마을로 내려가는 길이고요. 잘못 들으면 먼 길을 한참 돌아서 가람 문학관에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용리산을 향해 길을 가다 보면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우거진 숲길도 나오고요. 소나무 향기 그윽한 숲길도 나옵니다. 자연 속에서 만나는 숲길은 바쁜 일상과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줍니다.
헐! 용화산과 용리산 사이에 규모가 무척 큰 분지가 있습니다. 금강 기맥 길 위의 매봉재(275m) 부근인데요. 사방은 천 길 낭떠러지이고요. 분지의 끝이 안 보일 정도입니다. 용화 분지라고 표현하고 싶은 귀중한 분지입니다.
분지를 지나면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고요. 다시 올라 차면 용리산(305m)입니다. 용리산 정상에는 지적 삼각점 표지석이 있고요. 위급 상황 시 위치를 알려주는 국가지점번호판 위에 용리산 정상 표시판이 붙어있습니다. 이 표지판이 있는 길을 따라가면 오늘의 종착역 가람 이병기 생가와 문학관입니다.
목적지에 다 왔다는 안도감에 지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는데요. 여기서부터는 걱정 없는 외길입니다. 갈 길은 멀고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길 중간에서 반가운 분들도 만나 같이 내려왔습니다. 용리산에서 가람 문학관까지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드디어 가람 문학관에 도착합니다. 가람 선생의 묘지 옆길로 내려오는데요. 가람 선생의 동상이 서 있는 계단 길로 내려오며 오늘의 둘레길 마침표를 찍습니다. 서동공원에서 용화산 능선길을 따라서 가람 문학관까지 약 7km 구간을 놀 멍 쉬 멍 용리산에서 김밥으로 점심도 해결하고 3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이병기 가람 문학관과 생가
둘레길에서 내려오면 가람 선생이 우뚝 서서 인자한 얼굴로 우리 일행을 반겨줍니다. 그동안 1번 국도를 따라 자주 들렸던 가람 문학관과 가람 이병기 생가인데요. 오늘따라 문학관과 생가가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용화산 둘레길을 따라 먼 길 걸어 끝까지 완주했다는 성취감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이런 기분 때문에 산에 오르고 둘레길을 걷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은 우리나라 시조 문학을 대표하는 익산의 자랑스러운 문학인입니다. 이곳 익산 여산 출신으로 서슬 파란 일제 강점기에 창작 활동을 한 시조 작가인데요. 그런데도 일제를 찬양하는 친일작품이 전혀 없는 불굴의 작가이고 국문학자이었습니다.
2017년에 개관한 이병기 문학관은 선생의 생과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문학도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으레 들려 가는 문학여행지입니다. 문학관 한 바퀴 돌며 선생의 문학세계를 공부하고 선생의 얼과 혼도 그려봅니다. 선생이 가고자 하는 길은 어느 길이었을까요? 무심코 생각해보았습니다.
생가에는 수령이 400년으로 추정되는 탱자나무가 생가를 지켜주고 있는데요. 때마침 하얀 탱자꽃이 만개하였는데요. 이토록 활짝 핀 탱자꽃을 처음 봅니다. 그림 대신 사진 한 장 남겨봅니다. 소박한 생가와 초가지붕과 정자, 작은 연못 등에서는 선생의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용화산 둘레길 중 용화산 길은 서동공원에서 서동 선화 사랑 이야기로 시작하여 용화산 정상과 용리산을 넘어 가람 문학관에 도착하면서 문학 이야기로 산책이 끝나는 스토리가 있는 둘레길입니다. 그러나 찾는 자가 많지 않고 발길이 뜸한 둘레길이고요. 익산의 둘레길에서도 지정 취소된 길인데요. 서동공원에서 가람 문학관까지 무리하지 않고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는 둘레길이라 생각합니다. 잘 가다듬고 가꾸고 홍보만 한다면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둘레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가정의 달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다가옵니다. 5월 여행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서동공원에서 시작하는 익산 용화산 둘레길 어떠한가요? 강력히 추천합니다.
글,사진=유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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